재잘대듯 지저귀는 작은 새들. 산들바람에 술렁이는 나무들. 투명한 아침 공기에 감싸여, 녹
음이 펼쳐진 정원에서 우아하게 오렌지 쥬스를 마신다. 이렇게 765프로 소속, 초유망대형
아이돌 후보생인 나, 미나세 이오리의 아침은 시작되는 것이다... 니히히♪
[혼자서 뭘 그렇게 중얼대냐, 이오리?]
[오빠! 울컥! 모처럼 기분 좀 내고 있었는데, 다 망쳤잖아!]
[하핫. 미안했다.]
이 인물 훤해 보이는 호청년풍의 남자가 내 큰오빠인 미나세 카오루. 젊은 나이에 회사의
사장. 참고로 작은 오빠는 해외유학 중인데, 이쪽도 상당한 수재야. 솔직히 약간 컴플렉스가
느껴질 정도... 그래도 귀여움으로는 내 승리지만!
[야, 이오리. 아이돌은 언제 되는 거야?]
[이보셔! 이미 됐다구!]
[이거 실례. 하지만 꽤나 한가한 아이돌이구나.]
크... 여전히 아픈 곳을 정확하게 찔러오는군. 이래서 예리한 사람은 싫어~!
[아버지의 연줄로, 단지 타카기 사장님의 사무소에 들어가기만 하는 건 개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구. 안그러냐?]
[멍]
대답하듯이 짖은 건 정원에서 기르고 있는 애완견인 장발장. 키이~! 오빠의 편을 들다니,
장 녀석, 두고보라지!
[지금은 담당 프로듀서가 없는 것뿐이지, 데뷔는 금방 할 거라니까!]
[흐-음... 뭐, 열심히 해라. 기대하고 있으니까.]
자기 하고싶은 말만 하고서는 웃으며 사라지는 오빠. 크으... 완패다. 너무 분해서 머리가 아
파. 멋진 아침을 완전히 망쳤어~
[신도. 나, 잘래. 머리 아파.]
집사인 신도가 서둘러 달려왔다.
[예에? 아가씨, 학교는 어쩌시고요?]
[쉴래. 연락해둬.]
자기 방으로 돌아가서 침대로 파고들었다. 오늘의 땡땡이는 오빠 때문이야!
얼마 후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타난 것은 물수건과 두통약을 가진 신도.
[학교에는 연락해 뒀습니다만... 병원에 가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하필 어르신도 사모님도
부재중입니다만...
[어차피 맨날 없잖아! 병원엔 안 가. 한 숨 자면 나을 거라구.]
그래, 미나세家의 사람들은 다들 바쁘다. 아빠도 엄마도 집에 없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라서,
외롭거나 하진 않아. 딸이 병에 걸리던 말던, 일 때문에 지구 반대편에 가 있는 사람을 불
러오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꽤나 최근이지만.
[그러고 보면 이오리님은, 어렸을 때는 자주 두통으로 눕곤 했었지요. 765프로에 들어간 후
로는 말끔히 나았었지만요.]
[딱히 몸이 약한 건 아니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정신적이었던 걸지도.]
[이오리님...]
으. 왠지 좀 꿀꿀한 분위기. 이런거 진짜 싫어~! 부모가 좀 챙겨주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딱히 불쌍한 것도 아니고, 그런 시선을 받는 것만으로도 엄청 짜증난다구!
[그만 잘거니까 나가!]
신도를 째려보며 쫓아내고, 내가 아끼는 이불을 머리 꼭대기까지 덮었다. 어릴 때는 정말
자주 있었던, 이 상황. 오랜만이네...
눈을 떠보니... 미나세家는 홈 파티 중이라 사람들이 득시글. 에, 이건 분명 수 년 전, 오빠
가 사장에 취임했을 때의 파티야. 라는 건, 이거 꿈? 꿈속에서 이건 꿈이란 걸 알 수 있는
건가?
[혼자 뭘 그리 중얼거리는 거니, 이오리.]
[이보셔! 내가 늘 혼자 중얼 거리는 것처럼 말하지 말라구! ...인데, 아! 이쥬인 아주머니와
마리코우지 아주머니]
짐짓 고상한척 나타난 떡화장 아주머니들은 요즘 파티에서 자주 보는 2인조. 특히나 우리가
개최하는 하는 파티에 자주 얼굴을 내비치기에 이름을 외우기는 했지만, 굳이 외울 가치는
없었을지도. 아빠의 마음에 들려고 애쓸 뿐인 소인배 아줌마들이니까. 예의상이라고는 해도
일단은 초대된 손님이니까, 여기는 붙임성있게, 해야겠지. 아가씨 짓도 참 힘들다니까.
[두 분과 만나서, 이오리는 기뻐요~♪]
[초대해줘서 고맙구나. 이오리는 언제나 귀여워~ 그치요, 마리코우지님?]
[정말 공주님 같다니까요. 장래가 기대되네요. 그치요, 이쥬인님?]
아주머니들이 움직일 때마다 명품 화장품 냄새가 코를 찌른다. 으으, 구립사와요.
[그야 당연... 아니, 고맙습니다아♪ 그러면, 재밌게 즐겨주세요~♪]
어찌쩌지 내숭으로 상황을 넘기고, 아주머니들을 보냈다. 아- 지친다. 쥬스라도 마셔야지.
손님들의 틈새를 빠져나와 바 카운터로 이동하니, 그 바로 뒷편에 방금 막 헤어진 떡화장
아줌마’s가 모여 있었다.
[저 이오리란 애, 여전히 오만스럽다니까. 부모가 돈 좀 있다는 걸 뽐내고 있는 거겠지. 두
오빠와는 달리 저 애에겐 아무런 재능도 없는 것 같던데. 안그래, 마리코지로님?]
[정말로 공주님이라도 된 줄 아나보지. 확실히 귀엽기는 하지만, 아무런 고생도 노력도 해
본 적 없는 얼굴 주제에. 안그래, 이쥬인님?]
...아빠의 입장이나, 상대가 손님이란 것을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움직여버렸다. 우선, 손에
들고 있는 쥬스잔을 바닥에 던진다.
[부모가 부자에 공주님인양 굴어서 미안했네요! 아무런 노력도 해본 적 없을 거라고? 그러
는 당신들은 화장 떡칠 하는 것 말고 뭘 해봤어?]
[어, 어머나. 이오리...]
[내가 오만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당신들처럼 뒤에서 수근거리지는 않아! 면전에 대고 말
해줄게! 이 떡화장 시스터즈! 당신들의 화장은 자원의 낭비라구!]
[어, 어머나! 무슨 소릴...]
주변 사람들이 소동을 깨닫고 웅성이기 시작하자, 한 명의 신사가 웃으며 나타났다.
[이런이런. 이쪽의 아가씨는 쵸콜렛 봉봉 오 쵸콜렛을 너무 드셨는가? 핫핫핫. 어쩔 수 없
군요. ...아, 부인. 좀 전에 친구분들께서 찾고 계셨습니다.]
아빠의 친구, 타카기 아저씨다. 예능 프로덕션 765프로의 사장님. 떡화장들이 뻘쭘하게 서
둘러 그 자리를 떠나자, 주변도 무슨 일 있었냐는 듯이, 다시 담소가 시작되었다.
[...난 봉봉 오 쇼콜라로 취해본 적 없어.]
고개를 숙인채 있는 내 옆에서 아저씨가 웃었다.
[하핫. 그러니? 내가 그만 착각을 했구나.]
[아저씨. 나... 분해. 진짜 공주가 되서 저 사람들이 날 다시 보게 만들어주고 싶어.]
부자라서 시기 받거나, 오빠들과 비교 당하는 것도 일상다반사. 하지만 내에 대해 잘 알지
도 못하는 사람에게 재능이 없다고 단정 당하는 건 죽어도 싫어.
[진짜 공주님이 되고싶다, 라... 그거 참 어려운 문제로구나.]
[무리일까? 나, 열심히 할 테니까! ...안 돼?]
나도 모르게 달라붙는 내게 아저씨가 한 장의 티켓을 건네주며 말했다.
[노력해서 될 수 있는 공주님을 한가지 알고 있지. 그건 “가희(歌姬)”란 건데, 괜찮다면 가
희를 한 번 보거라. 아쉽게도 765프로 소속의 아이돌은 아니다만.]
이렇게 난 아저씨에게 받은 티켓으로 가희의 성으로 찾아갔다. 성이랄까... 돔이었지만. 하지
만 그곳은 그야말로 가희를 위한 장소였다. 그녀를 보기 위해 모인, 셀 수 없이 많은 사람
ㆍ사람ㆍ사람! 호화로운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등장하자, 전원이 일어나서 열광했다. 그녀가
노래를 시작하자, 마법에 걸린 것처럼 다들 조용해져서 들으며, 때로는 감동의 눈물도 흘렸
다. 굉장해! 이게 가희? 이게 아이돌? 이 많은 사람들이 전부 그녀의 팬이란 거야? 아이돌
이 된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어. 오빠도 아빠도 하지 못하는 일을, 아
이돌이 되면 할 수 있게 되는 거야!
[굉장해! 아이돌이란거, 정말 굉장해! 나도... 나도 아이돌이 되고 싶어! 랄까, 반드시 되겠
어! 정했다!]
[이오리님? 이오리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신도의 목소리에 눈을 떠보니... 그곳은 언제나의 내 방. 나, 완전히 잠들었었구나.
[괜찮아. 잠깐... 옛날 꿈을 꾼 것 뿐이야.]
[전 또 가위에라도 눌리신줄로만. 실례했습니다. 어르신께서 돌아오셨습니다만, 만나시겠습
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신도는 조용히 물러가고, 방문 앞에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아빠가 나
타났다.
[이오리, 괜찮니? 학교를 쉬었다면서. 아이돌 활동이 부담된다면 언제든지 그만둬도 된단다.]
[아직 부담될 정도로 활동하고 있진 않아. 두통도 나았고, 이제 괜찮아!]
내 부탁으로 타카기 사장님의 사무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손을 써준 아빠는, 지금도 그걸
조금 후회하고 있는 것 같다. 틈만 나면 아이돌을 그만두라고 하신다니까.
[그럼 됐다만... 그렇게 난리를 피우며 사무소에 들어간 거니. 사장님께 폐만은 끼치지 말거
라. 결과를 내지 못할 것 같으면 당장 그만두고.]
[알았다니까! 내일은 사무소에도 갈 거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결과쯤이야 금방이라구. ...아
마도.]
다음날 아침. 아빠에게 선언해버렸기에 어쩔 수 없이 사무소로 걸음을 옮겼지만,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가...하구나.
[하아~ 난 언제쯤 되야 데뷔할 수 있을까? 정말, 짜증나~]
혼잣말이 튀어나올만 하다니까. TV에 출연하는 어떤 아이돌보다도 난 귀엽고, 내숭도 잘
떨지. 프로듀서만 정해지면 당장이라도 톱이 될 수 있는데. 키이~ 빨리 좀 나타나라구~! 내
팬 제 1호!
[여, 여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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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 펼쳐진 정원에서 우아하게 오렌지 쥬스를 마신다. 이렇게 765프로 소속, 초유망대형
아이돌 후보생인 나, 미나세 이오리의 아침은 시작되는 것이다... 니히히♪
[혼자서 뭘 그렇게 중얼대냐, 이오리?]
[오빠! 울컥! 모처럼 기분 좀 내고 있었는데, 다 망쳤잖아!]
[하핫. 미안했다.]
이 인물 훤해 보이는 호청년풍의 남자가 내 큰오빠인 미나세 카오루. 젊은 나이에 회사의
사장. 참고로 작은 오빠는 해외유학 중인데, 이쪽도 상당한 수재야. 솔직히 약간 컴플렉스가
느껴질 정도... 그래도 귀여움으로는 내 승리지만!
[야, 이오리. 아이돌은 언제 되는 거야?]
[이보셔! 이미 됐다구!]
[이거 실례. 하지만 꽤나 한가한 아이돌이구나.]
크... 여전히 아픈 곳을 정확하게 찔러오는군. 이래서 예리한 사람은 싫어~!
[아버지의 연줄로, 단지 타카기 사장님의 사무소에 들어가기만 하는 건 개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구. 안그러냐?]
[멍]
대답하듯이 짖은 건 정원에서 기르고 있는 애완견인 장발장. 키이~! 오빠의 편을 들다니,
장 녀석, 두고보라지!
[지금은 담당 프로듀서가 없는 것뿐이지, 데뷔는 금방 할 거라니까!]
[흐-음... 뭐, 열심히 해라. 기대하고 있으니까.]
자기 하고싶은 말만 하고서는 웃으며 사라지는 오빠. 크으... 완패다. 너무 분해서 머리가 아
파. 멋진 아침을 완전히 망쳤어~
[신도. 나, 잘래. 머리 아파.]
집사인 신도가 서둘러 달려왔다.
[예에? 아가씨, 학교는 어쩌시고요?]
[쉴래. 연락해둬.]
자기 방으로 돌아가서 침대로 파고들었다. 오늘의 땡땡이는 오빠 때문이야!
얼마 후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타난 것은 물수건과 두통약을 가진 신도.
[학교에는 연락해 뒀습니다만... 병원에 가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하필 어르신도 사모님도
부재중입니다만...
[어차피 맨날 없잖아! 병원엔 안 가. 한 숨 자면 나을 거라구.]
그래, 미나세家의 사람들은 다들 바쁘다. 아빠도 엄마도 집에 없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라서,
외롭거나 하진 않아. 딸이 병에 걸리던 말던, 일 때문에 지구 반대편에 가 있는 사람을 불
러오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꽤나 최근이지만.
[그러고 보면 이오리님은, 어렸을 때는 자주 두통으로 눕곤 했었지요. 765프로에 들어간 후
로는 말끔히 나았었지만요.]
[딱히 몸이 약한 건 아니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정신적이었던 걸지도.]
[이오리님...]
으. 왠지 좀 꿀꿀한 분위기. 이런거 진짜 싫어~! 부모가 좀 챙겨주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딱히 불쌍한 것도 아니고, 그런 시선을 받는 것만으로도 엄청 짜증난다구!
[그만 잘거니까 나가!]
신도를 째려보며 쫓아내고, 내가 아끼는 이불을 머리 꼭대기까지 덮었다. 어릴 때는 정말
자주 있었던, 이 상황. 오랜만이네...
눈을 떠보니... 미나세家는 홈 파티 중이라 사람들이 득시글. 에, 이건 분명 수 년 전, 오빠
가 사장에 취임했을 때의 파티야. 라는 건, 이거 꿈? 꿈속에서 이건 꿈이란 걸 알 수 있는
건가?
[혼자 뭘 그리 중얼거리는 거니, 이오리.]
[이보셔! 내가 늘 혼자 중얼 거리는 것처럼 말하지 말라구! ...인데, 아! 이쥬인 아주머니와
마리코우지 아주머니]
짐짓 고상한척 나타난 떡화장 아주머니들은 요즘 파티에서 자주 보는 2인조. 특히나 우리가
개최하는 하는 파티에 자주 얼굴을 내비치기에 이름을 외우기는 했지만, 굳이 외울 가치는
없었을지도. 아빠의 마음에 들려고 애쓸 뿐인 소인배 아줌마들이니까. 예의상이라고는 해도
일단은 초대된 손님이니까, 여기는 붙임성있게, 해야겠지. 아가씨 짓도 참 힘들다니까.
[두 분과 만나서, 이오리는 기뻐요~♪]
[초대해줘서 고맙구나. 이오리는 언제나 귀여워~ 그치요, 마리코우지님?]
[정말 공주님 같다니까요. 장래가 기대되네요. 그치요, 이쥬인님?]
아주머니들이 움직일 때마다 명품 화장품 냄새가 코를 찌른다. 으으, 구립사와요.
[그야 당연... 아니, 고맙습니다아♪ 그러면, 재밌게 즐겨주세요~♪]
어찌쩌지 내숭으로 상황을 넘기고, 아주머니들을 보냈다. 아- 지친다. 쥬스라도 마셔야지.
손님들의 틈새를 빠져나와 바 카운터로 이동하니, 그 바로 뒷편에 방금 막 헤어진 떡화장
아줌마’s가 모여 있었다.
[저 이오리란 애, 여전히 오만스럽다니까. 부모가 돈 좀 있다는 걸 뽐내고 있는 거겠지. 두
오빠와는 달리 저 애에겐 아무런 재능도 없는 것 같던데. 안그래, 마리코지로님?]
[정말로 공주님이라도 된 줄 아나보지. 확실히 귀엽기는 하지만, 아무런 고생도 노력도 해
본 적 없는 얼굴 주제에. 안그래, 이쥬인님?]
...아빠의 입장이나, 상대가 손님이란 것을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움직여버렸다. 우선, 손에
들고 있는 쥬스잔을 바닥에 던진다.
[부모가 부자에 공주님인양 굴어서 미안했네요! 아무런 노력도 해본 적 없을 거라고? 그러
는 당신들은 화장 떡칠 하는 것 말고 뭘 해봤어?]
[어, 어머나. 이오리...]
[내가 오만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당신들처럼 뒤에서 수근거리지는 않아! 면전에 대고 말
해줄게! 이 떡화장 시스터즈! 당신들의 화장은 자원의 낭비라구!]
[어, 어머나! 무슨 소릴...]
주변 사람들이 소동을 깨닫고 웅성이기 시작하자, 한 명의 신사가 웃으며 나타났다.
[이런이런. 이쪽의 아가씨는 쵸콜렛 봉봉 오 쵸콜렛을 너무 드셨는가? 핫핫핫. 어쩔 수 없
군요. ...아, 부인. 좀 전에 친구분들께서 찾고 계셨습니다.]
아빠의 친구, 타카기 아저씨다. 예능 프로덕션 765프로의 사장님. 떡화장들이 뻘쭘하게 서
둘러 그 자리를 떠나자, 주변도 무슨 일 있었냐는 듯이, 다시 담소가 시작되었다.
[...난 봉봉 오 쇼콜라로 취해본 적 없어.]
고개를 숙인채 있는 내 옆에서 아저씨가 웃었다.
[하핫. 그러니? 내가 그만 착각을 했구나.]
[아저씨. 나... 분해. 진짜 공주가 되서 저 사람들이 날 다시 보게 만들어주고 싶어.]
부자라서 시기 받거나, 오빠들과 비교 당하는 것도 일상다반사. 하지만 내에 대해 잘 알지
도 못하는 사람에게 재능이 없다고 단정 당하는 건 죽어도 싫어.
[진짜 공주님이 되고싶다, 라... 그거 참 어려운 문제로구나.]
[무리일까? 나, 열심히 할 테니까! ...안 돼?]
나도 모르게 달라붙는 내게 아저씨가 한 장의 티켓을 건네주며 말했다.
[노력해서 될 수 있는 공주님을 한가지 알고 있지. 그건 “가희(歌姬)”란 건데, 괜찮다면 가
희를 한 번 보거라. 아쉽게도 765프로 소속의 아이돌은 아니다만.]
이렇게 난 아저씨에게 받은 티켓으로 가희의 성으로 찾아갔다. 성이랄까... 돔이었지만. 하지
만 그곳은 그야말로 가희를 위한 장소였다. 그녀를 보기 위해 모인, 셀 수 없이 많은 사람
ㆍ사람ㆍ사람! 호화로운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등장하자, 전원이 일어나서 열광했다. 그녀가
노래를 시작하자, 마법에 걸린 것처럼 다들 조용해져서 들으며, 때로는 감동의 눈물도 흘렸
다. 굉장해! 이게 가희? 이게 아이돌? 이 많은 사람들이 전부 그녀의 팬이란 거야? 아이돌
이 된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어. 오빠도 아빠도 하지 못하는 일을, 아
이돌이 되면 할 수 있게 되는 거야!
[굉장해! 아이돌이란거, 정말 굉장해! 나도... 나도 아이돌이 되고 싶어! 랄까, 반드시 되겠
어! 정했다!]
[이오리님? 이오리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신도의 목소리에 눈을 떠보니... 그곳은 언제나의 내 방. 나, 완전히 잠들었었구나.
[괜찮아. 잠깐... 옛날 꿈을 꾼 것 뿐이야.]
[전 또 가위에라도 눌리신줄로만. 실례했습니다. 어르신께서 돌아오셨습니다만, 만나시겠습
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신도는 조용히 물러가고, 방문 앞에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아빠가 나
타났다.
[이오리, 괜찮니? 학교를 쉬었다면서. 아이돌 활동이 부담된다면 언제든지 그만둬도 된단다.]
[아직 부담될 정도로 활동하고 있진 않아. 두통도 나았고, 이제 괜찮아!]
내 부탁으로 타카기 사장님의 사무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손을 써준 아빠는, 지금도 그걸
조금 후회하고 있는 것 같다. 틈만 나면 아이돌을 그만두라고 하신다니까.
[그럼 됐다만... 그렇게 난리를 피우며 사무소에 들어간 거니. 사장님께 폐만은 끼치지 말거
라. 결과를 내지 못할 것 같으면 당장 그만두고.]
[알았다니까! 내일은 사무소에도 갈 거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결과쯤이야 금방이라구. ...아
마도.]
다음날 아침. 아빠에게 선언해버렸기에 어쩔 수 없이 사무소로 걸음을 옮겼지만,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가...하구나.
[하아~ 난 언제쯤 되야 데뷔할 수 있을까? 정말, 짜증나~]
혼잣말이 튀어나올만 하다니까. TV에 출연하는 어떤 아이돌보다도 난 귀엽고, 내숭도 잘
떨지. 프로듀서만 정해지면 당장이라도 톱이 될 수 있는데. 키이~ 빨리 좀 나타나라구~! 내
팬 제 1호!
[여, 여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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